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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나서 가장 먼저 와닿은 것은 사랑스러운 일상의 복귀도 몸의 귀환도 아닌 무척 오랜만에 잠을 잤다는 사실이었다. 모브는 눈을 몇 번 더 깜빡이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낯선 곳이지만 제 팔에 이어진 링겔이나 간이침대에서 정신없이 자고있는 레이겐을 보니 병원인 듯 했다. 시간은 모르지만 주변은 익숙한 어둠이다. 빛보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다시 느리게 감긴다. 무언가 보고 있는 사실이 오랜만이다. 시간이 오랜만이다. 존재한다는 사실도 너무 오랜만이라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상해. 모브는 몸을 덮고있는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떠올랐다. 몸이 어디에 닿아있는 상태가 꽤 어색했다. 두둥실 흘러다니는 우주는 서로 닿지 못했다. 맞닿는 순간 그건 그들의 종말과 다름이 없었다. 병원이기에 공기는 따뜻했고 그동안 익숙해진 무중력에 모브는 다시 잠이 오는걸 느꼈다. 본격적으로 다시 잠에 들까 하다가 눈에 띈 레이겐에 모브는 몸을 돌렸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자신의 스승은 기억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세한 차이까진 잘 모르겠다. 스스로가 무딘 것도 있었으며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가지 생각하긴 아직 무리다. 피곤했고, 오랜만에 겪은 잠은 무척이나 달콤했으며 귀찮았다. 

아, 그래도 스승님은 올려야지. 간이침대는 불편했던 기억이 얼핏 났다. 힘이 많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간이침대에 자는 제 스승을 자신이 자던 침대로 옮겨 이불을 덮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다. 부스럭거리며 편한 위치를 찾아 자는 레이겐을 본 모브는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 


다음에 눈을 뜰 때는 낮이었으면 좋겠어.



* * *









어린왕자가 된 너에게 후속으로 쓸까하다가 그냥 그 자체로 끝이 나을거 같기도 하고 해서...걍 공개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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