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웃는 얼굴. 존경하는 히어로의 철칙에 따라 미도리야는 많이 웃었다. 공포와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 품에 안아 이제 괜찮다고, 몇번이나 말하고 희망을 전달하며 많이 웃으려고 했다. 절망을 눈앞에 두고 웃는 건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함을 미도리야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사랑하던 히어로는 정말 뼛속부터 히어로였으며 앞으로도 미도리야가 나아가야 하는 삶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러나 히어로도 사람이며 미도리야는 원래 남들보다 눈물이 많다. 미도리야는 눈 앞을 가리는 흙먼지 사이로 진하게 내려오는 햇빛을 쳐다봤다. 석양이 진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처음 이 세상에 도착했을 때 미도리야는 이 석양을 보고 울었다. 여러 기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두려움과 막연함, 벌써부터 밀려오는 그리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정답이었고 동시에 아니었다. 지금은 울진 않는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요?"
"고향 생각을 좀 했어."
미도리야는 고개를 숙였다. 노을은 내일도 있지만 이 아이는 내일 없다. 아이의 반신은 이미 처참했다. 무력한 제 손을 가만히 잡아오는 아이의 손은 작다. 미도리야가 준 마약성의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아이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런 아이에게 쓰기엔 너무나 강한 진통제를 미도리야는 언제나 상비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들이 보다 고통스럽지 않게 갈 수 있도록 위함이다. 아이가 서툴게 웃었다.
"데쿠가 온 곳?" "응. 좋은 곳이야. 멋진 사람들도 아주 많고."
"데쿠처럼?"
"...나보다 더."
아이는 소년병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져 총을 잡고 싸웠다.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사실 죽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살고 싶어서 죽였어요. 아이는 자신이 머무는 곳을 밀고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건 정말...멋진 곳이네요."
"다음에는 그곳에서 만나자."
"응."
이 땅에 와서 많은 걸 보았다. 네가 믿는 신의 곁으로 가면 좋겠구나. 미도리야는 아이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지금은 울지 않는다.
태어난 나라를 떠나자고 생각한 계기는 단순했다. 이 나라는 훌륭하고 믿을 수 있는 히어로가 많았으며 도움이 필요한 곳은 너무나 넓었다. 대부분 히어로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나라들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히어로 협회의 허가를 구하고 올마이트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했다. 나라에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도 더욱 넓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옮겨 받은 성화를 불태우고 싶었다. 올마이트는 좋은 생각이라며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그렇기에 미련은 있어도 고민은 없었다. 모두가 사무소를 선택하고 히어로의 길을 걷는 과정을 한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는 것도 괜찮았다.
하나를 빼면 모든 게 잘 흘러갔다.
『이번에 못 온다고? 그럼 언제 오는거니, 이즈쿠?』
"음.... 여기가 많이 혼란해서 잘 모르겠어. 귀국하면 당분간 여기를 못올 거 같아서 좀 더 있어보려고. 엄마는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