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놈이 애처럼 굴지 마라. 그런 말을 하려니 저것은 인간도 아니고 요인도 아니며 하물며 반요라는 자각도 별로 없으니 어느 기준에 맞춰서 말을 해야 맞는 걸까. 인간으로 따지자면 제법 컸지만 요인이나 반요로 따지면 한참 어린 게 맞으니 애처럼 구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래, 그럼 여기에 있어라! 하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첫 날 별 생각 없이 해가 지면 어련히 돌아오겠지 싶어 먼저 갔더니 자시(子時)가 넘도록 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마을과 가까운 편이고 큰 위험요소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애를 그런 곳에 두고 오냐는 미소라의 불호령이 떨어진 이후로 이렇게 의미 없는 줄다리기를 하게 되었다.
“더 늦으면 미소라 씨가 뭐라 할 거다.”
“…일각만 더.”
“반죠.”
“부탁이야.”
정말 이럴 때마다 나이를 어디로 잡아서 설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집스럽게 곁에 앉아있는 류우가와 그런 자신들을 여전히 인식하지 않는 것 같은 센토를 보며 사와타리 카즈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카즈미는 두 사람의 관계에 꽤나 관심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키류 센토가 누군가를 들였다는데! 물론 반요라는 특성상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해 그런 처지끼리 모이기도 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제 밑에 둔 식구들 중 상당수도 그렇게 모인 자들이었다. 하지만 센토다. 키류 센토가 곁을 내줬다는 것이 중요했다.
사실 카즈미는 센토가 조금 어려웠다. 한때 같은 파우스트의 실험체로서의 의리인지 제 식구들의 부작용 치료에 필요한 물품과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고마운 협력자이자 동료였음에도 아주 가끔, 짧은 찰나에 느껴지는 부정함이 그를 가까이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저 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느끼니 언제나 애매한 거리를 만들었고 그런 저에게 센토는 특별히 어떤 말도 하진 않았다. 영리했으니 알면서도 묵인했을 것이다. 기억도 없고 스스로가 누군지도 몰라 공허하고 고독한 이를 그저 버려두는 것 같은 죄책감과 도움을 받기만 하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던 차 나타난 이가 바로 반죠 류우가라는 존재였다.
놀랍고, 신기했다. 제가 아는 센토는 호기심이 깊고 탐구심이 강하며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상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책임지거나 돌봐주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 센토가 이렇게 거의 모든 일에 손이 가는 남자를 곁에 두고 있었다니. 그것도 아주 지극정성으로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고 이 남자의 무엇이 품안에 넣을만한 것인지 안다. 물론 짐작이다. 사와타리 카즈미는 키류 센토가 아니다. 그럼에도 제 생각에 확신을 갖는 것은 눈앞의 광경이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반죠.”
“…….”
“내일 또 오면 돼.”
“…….”
“애들보고 여기 지키라고 할 테니까. 뭐 있으면 바로 불러줄게. 그럼 됐지?”
“…알았어.”
오롯이 저만 보고 따라오는 이를 뿌리칠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겠지. 더군다나 반요처럼 그 무엇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말이다. 더 이상 맞잡아주지 않는 손임에도 한참이나 붙들고 있던 류우가의 손이 겨우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카즈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도 벌써 일주일째 계속되는 일이었다.
세뇌당한 센토와 한차례 전투 후, 귀환명령(회수명령)을 받지 못해서 그저 서서 대기만 하는 센토를 막연히 지켜보기만 해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