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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순간 내 남은 모든 인생을 너에게 바치기로 했다. 필사적으로 달려 도착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작 앞에서 어쩔 줄 모르던 나를 네가 바로 부른 그 순간에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키류 센토’는 본디 태어남 그 자체로 가치를 부여받는 다른 생명과 달리 목적에 의해서 합성되고 만들어진 존재다. 그런 나를 밑바닥부터 재구축해 여기까지 이르게 한 너에게 내게 남은 모든 것을 주는 건 생명이 숨을 쉬듯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앞으로의 나에겐 그렇다. 비록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삶과 저질러버린 책임에서 버둥거리며 시작된 탄생이기에 태양처럼 살아가는 너에 비하면 큰 가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너 말고는 엉성한 나 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 정도 뿐이 줄 수가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 부족하다. 나는 반죠가 더 큰 보상을 받고 더 나은 삶이 있기를 바란다. 히어로는 대가를 바라면 안 된다고 잘난 척한 적도 있지만―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반죠는 나와 달리 처음부터 히어로가 아니었고 히어로를 강요당했으며 충분히, 아주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많이 잃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수많은 시간과 과정, 없었던 것이 된 세계를 돌이킬 수는 없으니 최소한 앞으로 살아가는 세계만큼은 이전보다 상냥하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나의 앞으로의 삶은 그것을 위해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의 완전한 부활을 위해서가 아니며 파괴의 톱니바퀴 사이에서 굴러갈 수밖에 없던 삶에서 소중한 사람의, 나의 세계인 사람의 러브앤피스를 위한 삶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별도 조용한 밤, 자기 전 건네준 다정한 네 말이 오늘도 내 삶을 만들고 있다.
- 나는 네가 보통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그 말에 네가 웃었다. 이것보다 보통의 삶도 있냐는 말에, 웃음에 안심한다. 네가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그거로도 이 세계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문득 알았다. 너도 나도 누군가의 의도로 휘둘리고 이용당했지만 나는 ‘반죠 류우가’라는 인간으로 20여년을 살아가며 스스로 선택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을 생각하고 선택했었다. 내 삶을 살았다 자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너는 다르다. 선택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물론 너는 너 스스로 히어로의 삶을 선택했다고, 네가 걷는 길로 그 선택을 증명했지만 맨 처음 센토라는 이름조차 없던 너는 히어로가 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네가 이제라도 하고 싶은 걸 하길 바랐다. 비록 갑자기 둘 만 새로운 세계에 덜렁 떨어졌을 때만 해도 최저한의 생활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분주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거처도 일상도 익숙해진 참이다. 당연하게 돈 같은 조건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을, 센토가 ‘키류 센토’로서 살아갔으면 했다. 그런 의도로 한 말에 너는 이상한 듯 웃었다.
나는 충분히 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와 지금 내일을 말할 수 있잖아. 앞으로도 말할 수 있고. 이런 게 보통이겠지? 러브앤피스죠?
언제나 신경 쓰였다. 너는 너의 삶을 살아갈까. 히어로로 만들어져 히어로로 완성된 네가 너를 위해 살 수 있을까. 그 삶을 헛되다 여기진 않는다. 상처밖에 없는 삶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너도 나도 힘든 삶을 살았지만 분명 그 안에서 얻은 것들이 있다. 비록 대답은 만족할만한 게 아니었지만 앞으로 시간은 많다. 언젠가 당장의 내일이 아닌, 먼 미래를 당연히 이야기 하고 싶다. 조금의 욕심을 부리자면 그 미래에 지금처럼 내가 당연히 네 미래에 있다면, 더 좋겠다.
지금도 똑똑히 떠올릴 수 있다. 필사적으로 달려 도착한 새로운 세상에 당황하는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만 따라오라며 웃는 널 본 순간, 나는 내 남은 모든 인생을 너에게 바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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