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잡혔다. 휘두르려고 하니까 뒤에서 붙잡았다. 버둥거릴 틈도 없이 등 뒤가 빠르게 뜨거워져서 폭발하는구나 싶었다. 어라, 나 죽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평범한 야외 훈련이어야 했다. 히어로의 대부분은 도심에서 활동하기에 도심훈련이 중심이지만 유에이는 모든 곳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컨디션과 개성을 발휘하는 히어로를 지향한다. 그에 따라 A반 역시 이곳저곳 장소를 바꿔가며 훈련하고 있었다. 유에이 내에도 이미 완벽한 세트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세트다. 긴장감과 각오가 다르다. 그렇지만 긴장감이 다르다고 진짜 빌런을 맞이하란 건 아니다. 모두 매캐한 연기 사이로 기침을 뱉어내며 폭발의 중심을 향해 필사적으로 눈을 떴다. 갑작스러운 빌런의 난입. 미디어에서 본 몇명의 프로 히어로 역시 폭..
어렸다고 해야 할까 지금도 어리다고 해야 할까. 마치 죽음을 눈으로 구현한 것 같은 곳을 걸어가는 지금도 제대로 생각할 수 없다. 빛도 어둠도 아닌 곳에서 나는 너에게 걸어가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스스로도 웃음이 났다. 사실 당장이라도 한심한 네 이름을 부르며 양 손을 폭발시키며 감정도 함께 흩어지게 만들고 싶다. 손에서 터지는 폭발처럼 이 족쇄같은 감정도 함께 터져나갔더라면 너와 나는 지금쯤 우리라는 이름로 함께 있을 수 있었을까. 웃기는 소리다. [아무도 당신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가겠습니까?][뭐?][지나가버린 과거에.] 보통 날이었다면 미친 소리 취급하며 무시했을 그 소리도 너의 장례식 앞에서는 믿을 수 있는 소리가 되었다. 유에이 교복을 입고 있는 그 여자애의 손을 ..
사랑이니, 사람이니. 마녀는 미도리야에게 물었다. 사랑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면 저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미도리야는 의식없이 축 늘어져있는 바쿠고를 더욱 제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언제나 가득 화내고 휘두르며 생기넘치던 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찼다. 심장은 뛴다. 숨도 쉰다. 하지만 얼음을 안고있는 것만 같았다. 이건 나의 마음 때문일까 여기에 있어도 여기에 없는 너의 부재 때문일까. 언제나 약한 눈물샘이 당장이라도 우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마녀는 미도리야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걱정 마렴. 그 아이는 무척이나 축복을 받았으니까. 그녀의 손끝에서 춤추는 지팡이가 어린날에 본 별자리를 수놓고 있었다. 사랑 정도로 교환할 수 있는건 그리 많지 않단다. 마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한 두통이 엄습했다. ..